상기하자 6.25

최근의 국제 정세속을 바라보며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전쟁 발발 60년 그 후

입력시간 : 2019-01-11 23:05:16 , 최종수정 : 2019-01-14 21:13:06, 김태봉 기자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이다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포옴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시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적과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 보다도 내 피 속엔 더 강한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위와 가시 숲을

이순신(李舜臣) 같이, 나폴레옹 같이,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적을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적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뻗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레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 이슬 내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고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보라! 대한민국이여! 내 친구여!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길 소원하노라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모윤숙(毛允淑, 1910~1990) 시인, 수필가, 아호 영운(嶺雲), 함경남도 원산출생, 이화여자전문학교 졸업, 피로 색인 당신의 얼골을(1931)동광에 발표하면서 등단함. 시집에빛나는 지역(地域)<‘33>』『렌의 애가(哀歌)<’37>』『옥비녀<‘47>』『국군은 죽어서 말한다<’87>등이 있으며 수필집에는내가 본 세상<‘53>』『느티의 일월<’76>등이 있고 전집으로는 모윤숙시전집<‘74>』『모윤숙전집<’82>이 있음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6·25 때 광주 산곡에서 총상을 입고 죽어가는 어느 국군 소위를 발견한 화자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그의 애국·애족심을 명확한 시어와 강한 호소력의 남성적 어조로 노래한 계몽시이다.

6·25가 발발하자 모윤숙은 김윤성, 공중인 등과 함께 비상국민선전대에 참가하여 많은 격시(檄詩)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모윤숙은 문학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여 유엔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여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큰 공헌을 했으며, 1972년에는 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였다.

 

이 시는 전 12연의 자유시로 기((() 세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 죽은 국군 소위가 말하는 대목을 중심으로 하여 그 앞뒤에 서사와 결사를 결합한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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