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예비타당성)면제 그리고 4대강 사업

입력시간 : 2019-02-15 01:29:46 , 최종수정 : 2019-02-15 01:29:46, 이득규 기자

최근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공공투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면제를 실시했다.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정부 재정지원이 3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신규 공공사업 추진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예타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 사업성, 경제성 등을 사전 조사하게 되며,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이 기준치를 넘어야 한다.

 

비수도권의 경우 인구 부족, 인프라 부족, 열악한 환경 등의 이유로 반드시 필요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좌초된 사업이 많았었고, 지역발전의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에 예타 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충분히 공감되는 얘기다.

 

이번에 예타 면제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23개의 사업이 선정되었고, 총사업비는 24.1조이다. 지난 정부에서 진행했던 4대강 사업비 22조와 비슷한 금액이다. 23개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북평화도로, 세종-청주고속도로, 2 경춘국도, 동해선 전철화, 평택-오송 복복선화, 충북선 철도 고속화,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 등 교통 인프라와 관련된 사업이 눈에 뛴다.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폄훼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위에 열거된 교통관련 인프라 사업들이 그동안 추진되지 못했던 이유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은 최소한의 비용대비 효익을 분석하는 것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인구감소 등으로 인해 수도권에 적용하는 기준을 지방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방 지역 상황에 맞는 좀 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예타는 실시해야 한다. 최소한의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거나 이용률이 저조할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목소리 내지는 대책이 미흡해 보인다. 4대강 사업을 빗대어 얘기하자면, 이 사업을 추진할 때 역시 예타를 면제했고, 7년 전에 법원으로부터 예타 면제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은 2018년 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감사가 진행되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예타 면제는 맞고 지난 정부에서 시행되었던 4대강 사업은 틀리다는 논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즉 지금 정부가 시행하는 이러한 정책은 자칫 이중잣대, 조삼모사로 비춰질 수 있다. 그 동안 현 정부가 지난 정부를 비판할 때 앞세웠던 논리 중 하나가 토건 적폐였고, SOC 투자 등을 빙자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 역시 도로, 철도, 공항 등 토건 및 SOC와 관련된 사업을 위주로 24조라는 거대한 세금을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그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말인가?

 

현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탈권위적인 정부를 지향하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충분히 응원하고 격려하는 바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오로지 정의(正義)이자 선()이라는 인식은 자칫 국민들이 보기에 오만해 보일 수 있다. 이 정부가 탄생할 때 지지했던 국민들이 40% 정도였다면 나머지 60%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적폐 프레임을 앞세워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매도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등 일종의 기저효과로 인해 지금 정부가 하는 것들이 잘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결국 지난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 내지는 고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잘 했던 부분은 승계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현 정부가 할 일이다. 지난 정부를 무조건 비난하고, 적폐로 몰아서는 안 되며,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통합 이전에 대한민국 통합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소상공인연합신문 발행인 이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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