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은행 불법 자금 관련 조사

뉴욕주 금융감독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11억달러 벌금 납부

농협 감시소홀 이유로 벌금 납부

입력시간 : 2019-04-30 21:27:10 , 최종수정 : 2019-05-04 10:03:16, 김태봉 기자

뉴욕주 금융감독청, 한국 농협등 불법 자금 관련 조사

 

이란 등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오랫동안 조사받아온 영국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가 11억달러(13천억원)를 납부하는 것으로 미국·영국 당국과 합의했다.

 

9(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는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 뉴욕주 검찰, 영국 금융감독청(FCA)을 포함한 미·영 당국에 벌금·몰수를 합해 모두 11억달러를 내기로 했다.

 

은행 측이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비하려 확보했다고 밝힌 9억달러를 약간 넘는 규모다.

 

·영 당국은 스탠다드차타드가 수년간 쿠바, 이란, 수단, 시리아, 미얀마 등 제재 대상국과 금융 거래를 한 혐의를 포착한 뒤 5년가량 수사해왔으며 은행 측은 책임을 인정했다.

 

다른 유럽계 은행들도 미국이 제재한 국가·기업들과의 불법 거래로 미 당국에 거액을 납부한 전례가 있다.

 

뉴욕 한국계벌금 쓰나미

 

`월가 저승사자`로 통하는 뉴욕 금융감독청(DFS)의 벌금 폭탄이 한국계 은행을 조준하고 있다. 한국계 은행 중 벌금을 받게 될 첫 사례는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DFS의 화살은 우리·신한·기업 등 미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계 은행으로도 향하고 있어 갈수록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

 

한국계 은행 뉴욕지점은 인력이 평균 20~30명에 불과하고 연간 수익이 50~100억원으로 영세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 문제를 하나의 뉴욕지점이 아닌 한국에 있는 본점 차원의 이슈로 끌고 가려는 의중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가 국내 은행산업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월가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규정을 잘 몰라서 위반했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깜짝 놀랄 정도의 징벌적 벌금을 때려 은행 본점이 자금세탁방지 등의 전문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게 만들려는 게 뉴욕 금융감독청의 의도"라고 해석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DFS의 수장은 뉴욕주 검사 출신인 마리아 불로다. 따라서 뉴욕지점의 임기응변식 대응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으며 본점 차원의 전사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단순히 뉴욕지점의 해당 인력을 보강하고 외부 컨설팅을 받는 정도로는 안 되고 본점부터 국제적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당수 한국계 은행의 최고경영진이나 본점 내부통제부서 담당자들은 미국 금융당국의 서슬퍼런 제재 기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금융당국은 `9·11 테러` 발생 이후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금융기관들에 부여했다. 테러·범죄 집단에 불법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금융거래를 봉쇄하기 위해 의심 거래에 대한 고객 확인과 보고 의무를 준수하도록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란, 북한, 시리아 등 적성국가 기업·개인과의 금융거래도 엄격히 통제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달리 뉴욕주 산하의 DFS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해 월가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을 몸서리치게 한 전례가 많다. 대표적 사례가 이란, 수단, 쿠바 국적의 기업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한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프랑스 BNP파리바 뉴욕지점에 2014년 부과된 벌금 89억달러(10조원).

 

DFS1~2년 전부터 아시아권 은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해 11월 중국 3위 은행인 농업은행은 21500만달러, 지난해 8월 대만 1위 은행인 메가뱅크는 18000만달러의 벌금을 감내해야 했다. 모두 자금세탁방지 위반이 주된 사유다.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벌금 사례가 빈번했던 점을 감안할 때 농협 뉴욕지점의 벌금 규모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농협 뉴욕지점은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계 로펌에 거액의 돈을 주고 컨설팅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월가 금융권 인사는 "DFS의 제재 흐름이 유럽계에서 아시아계로 넘어왔으며, 한국계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미흡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계 은행들에 대한 DFS의 연쇄적 벌금 제재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계 은행 뉴욕지점들은 제재 폭탄을 피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뉴욕지점의 컴플라이언스 전문 인력을 1명에서 6명으로 확충했다. 전체 지점 인력(23)4분의 1이나 된다. 국민은행은 외부 컨설팅기관에 컴플라이언스와 관련해 상시 자문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관련 인력을 6명으로 늘렸다.

 

한 뉴욕지점 관계자는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더 늘리려고 하지만 많은 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영입하려는 상황이라 월가에서 실력 있는 전문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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